[리뷰[ [영화] 코코

나는 아마도 남들만큼 가족애라는 게 존재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막 그런 거를 표현하는 걸 어릴 때부터 잘 못 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표현을 잘 하는 성격도 못 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모두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친척들이랑은 그럭저럭 지낼 뿐이다. 그래서 사실 이 영화에 그렇게까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그냥 남들 다 하는 좋은말이나 하고 눈물샘이나 억지로 막 찌르겠지 싶었다. (당연히) 아니었다. 

 

줄거리 요약. 조상님(인줄알았던사람) 기타 맘대로 치다가 저승여행하게되어버린 미구엘은 가족을 버리고 탈주한줄만 알았던 (진짜)조상 할아버지의 사연을 알아내고 그가 이승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사진을 제단에 올려주려 함. 조상님인줄 알았던 초 인기 뮤지션이 목숨을 위협하며 방해해서 사진은 못 올렸지만 어찌어찌 저승가족들이 도와줘서 다 화해시키고 미구엘은 이승으로 돌아와서 할머니한테 노래를 불러주는것으로 간신히 모든 사건이 해결된다.

 

가족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내가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를 반대한다는 것 (그 이유가 얼굴도 모르는 조상에 있다는 것)은 정말 상상만 해도 절망적인 것이다. 미구엘이 중후반에 보여주는 대단한 음악적 재능이 아니더라도 내 인생을 멋대로 결정하려 하는 가족 같은 것은 빠르게 탈주하는 것이 맞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음악혐오가족인줄 알았던 조상들은 사실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했으며 다시 만난 조상할아버지와 훌륭한 퍼포먼스마저 보여주었다. 여기서 솔직히 “사실은 우리도 음악을 좋아하지만 다 너의 미래를 위해 그런것이다” 플로우를 탈 줄 알고 조금 죽은눈으로 보기 시작했었다. 다행히도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늘 가족끼리는 무조건 사랑해야 하고 헌신해야 하고 서로를 아껴줘야 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세상 모든 가족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어쩌면 아주 사이가 나쁘거나 연을 끊었거나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코코>는 결론적으로 이상적인 가족상을 보여주지만 최종적으로 그 이상성의 포커스를 화목함이 아닌 다른 곳에 둔다. 기억되고 가족으로 인정받아 사진이 제단에 올라가야만 저승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상 할아버지를 통해 가족이 해야 할 진정한 의무는 헌신도 사랑도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 우리 가족에게 그런 것들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으며 그저 나라는 사람이 존재했다고 계속해서 기억 속에 남아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무리 내가 그들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인간상과 다를지라도. 나 역시 그들을 그런 식으로만 대할 것 같다. 얘기했듯이 가족애를 많이 배우지를 못해서.

 

무슨 일을 저질렀건 무슨 일이 있었건 누군가를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가족에 대한 것이건 다른 누군가에 대한 것이건 마치 볼드모트마냥 쉬쉬하고 덮어두는 것은 건강하지 않으며 속에서 곪게 만들 뿐이다. 아무리 괴로운 일이어도 분명 배울 만한 점이 있을 것이며 그것을 여럿이서 곱씹을 동안 부정적인 감정들은 희석되고 차분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기억의 일부로서 우리를 성장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최소한 덮어놓고 없는 셈 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아무리 그래도 애들영화(여야 하)고 전체적으로는 좋은말잔치이긴 하지만 디즈니픽사가 늘 그렇듯 어른이 봐도 충분히 생각할거리가 많은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 너무 감정소모를 많이 해서 다시 보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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