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한강 – 채식주의자

여기저기서 이름을 많이 들어봤는데 드디어 읽었다. 한국 오는 비행기에서 3분의 2쯤 읽고 좀전에 나머지를 다 읽었다. 글 자체는 천천히 읽으면 막힘 없는데도 내용이 어둡고 무거운 편이라 좀 걸린 것 같다. 제목만 봤을 때 내용을 유추하기가 어려운데 성적 묘사나 피 나오는 것들 그리고 정신병동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관련 소재를 힘들어하면 피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줄거리 (흐릿한) 요약. 무엇에든 순응하며 살아오던 유부녀 주인공 영혜는 갑자기 고기를 먹는 행위가 말도 안 되게 혐오스러워져서 채식을 하기 시작한다. 채식만 하면 괜찮은데 자꾸 야위니까 온 가족이 걱정하며 고기며 (동물성)즙 같은 걸 먹이려 드는데 그 과정에서 그만 손목을 그어버리고 그대로 입원하게 된다. 쫌 지나서 남편이랑은 이혼했는데 예술인간 처제가 영혜의 유사 포르노 테이프를 예술로서 만들고 싶다며 그녀를 섭외했고 어찌어찌하다 처제가 영혜와 섹스해버린다(원래는 처제맨의 후배가 하기로 했었다). 그걸 또 처제의 와이프 (영혜네 언니)가 봐버리고 가정 하나가 더 파탄나고… 이후 영혜네 언니는 영혜의 요양생활을 지켜보는데 그녀는 급기야 나무가 되려 모든 음식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그런 그녀를 보며 같이 약간 미쳐가며 대충 마무리된다.

전체적으로 인간이 당연히 해온 것들이 어떻게 당연하지 않은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있게 잘 먹을 고기반찬은 얼마나 잔혹하고 끔찍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욕망이라는 것은 어떻게 결혼이라는 사회적 굴레 안에서 억압당하는지 죽는 것은 왜 나쁘게만 받아들여지는지 같은, 그런 아주 당연한 사회적인 규칙들을 역으로 폭력적이고 억압적으로 묘사해서 결국 산다는 것은 억압의 연속이며 사회는 단체로 미쳐버렸다 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그러한 억압에서 벗어나는 법은 죽어서 나무가 되는 것뿐이라는 것 같은데 그런 역설적인 것들을 말하는 글이 아주 차갑고 창백하며 건조하다.

저번 학기에 들었던 교양 수업에서 조금 배웠던 내용과 맥락이 비슷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모든 사회적 억압은 언어로서 만들어지며 언어로서 서로에게 학습되고 우리는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더 마음대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던 듯. 마지막으로 읽은 한국 문학이 근현대 작품이었는데 이것도 그런 꿈도 희망도 없는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약간 한국의 종특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소재는 아니지만서도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무겁고 칙칙하지만 자극적인 부분이 어떻게든 페이지를 넘기게 해준 것 같다… 페미니즘 문학이라 불리기도 아주 빻은(…) 문학이라 불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둘 다 일 리는 있는 것 같고 굳이 분류하자면 페미니즘에 기반한 액티비즘 문학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억압에 대해 얘기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모습이니까? 암튼 두 번은 안 읽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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